BTS 콘서트 가려 아빠 북한 훈장 내놓은 14살…‘트로피’ 일본 개봉
재일교포 3세 손명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트로피’가 오는 10일 일본에서 개봉한다. BTS 팬인 조선학교 소녀 소희의 선택과 감독의 성장기가 맞물린 작품이다.
오는 10일 일본에서 개봉하는 영화 ‘트로피’는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에 가고 싶은 14살 재일조선인 3세 소희(항나 분)가 아버지의 북한 훈장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내놓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재일교포 3세 손명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K팝 열풍과 조선학교, 북한 이미지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춘기 소녀의 갈등을 따라간다.

BTS 팬 소희가 내놓은 아버지의 북한 훈장
소희는 조선학교 무용반 학생이다. 친구들과 일상을 보내고, 경연 대회를 앞두고 ‘새싹’이라는 곡에 맞춰 춤을 연습한다. “씨앗이여 어서 자라라/바람같이 대지에 뿌리 뻗어라”라는 가사가 담긴 경연곡 ‘새싹’의 연습 과정이 영화의 한 축을 이룬다.
갈등은 소희가 방탄소년단 팬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커진다. 일본 친구와 가까워지는 사이, 북한 체제의 이념을 강조하는 무용 공연 주제는 소희에게 점차 껄끄럽게 다가온다. 일본의 활발한 중고거래 문화를 배경으로 북한 관련 물품이 거래되는 모습도 현실적으로 그려졌고, 제작진은 분부쿠 기획개발 회의에서 이 아이디어가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손명아 감독의 조선학교 기억
‘트로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독립제작사 ‘분부쿠(分福)’ 소속인 손 감독이 자신의 실제 성장기를 각본에 녹인 작품이다. 그는 오사카 최대 코리아타운인 츠루하시에서 자랐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배경이 된 야시장이 있는 곳으로, 동네에 재일교포가 많아 치마저고리가 자연스러운 환경이었다.
손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게 된 동기로 “조선학교와 부모님에 대한 원한”을 꼽았다. 어머니도 주인공 소희의 아버지 상주(이우라 아라타 분)처럼 조선학교 교사였다. 어머니는 늘 ‘우리 학교가 중요하다, 우리 학교가 힘든 시기다’라며 늦게까지 업무에 매달렸고, 손 감독은 가정보다 학교를 우선시하는 공동체에 답답함을 느껴 도망치듯 일본 대학에 진학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나리오 집필 당시 “가정보다 소중한 우리학교가 대체 뭐냐, 생각해왔다”고도 말했다.
손 감독은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 교복을 입고 당시 최고 인기 가수 보아의 노래를 즐겨 불렀던 시절도 떠올렸다. 8년 전 영화 ‘멋진 세계’에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어시스턴트로 활동한 그는 니시카와 감독에게서 “당신 안의 폭탄을 작품으로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들은 뒤 이 이야기를 준비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프리미어
영화는 일본 내 한류 붐과 북한을 바라보는 이미지의 간극도 다룬다. 손 감독은 “왜 BTS는 멋지게 비춰지는데, 같은 민족의 춤인 조선무용은 북한 미사일 뉴스의 자료화면으로 쓰이며 위험한 인상을 주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같은 문화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영화에 담고자 한 것이다.
조선무용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도 작품의 핵심이다. 손 감독은 조선학교 시절 무용부원이 미인이 많아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성인이 되어 검색해 보니 “어린아이들이 세뇌당해 불쌍하다”는 상반된 시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차이가 영화를 만드는 열쇠가 됐다고 했다.
‘트로피’는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실제 조선학교 출신 재일교포 배우 치순이 조선학교 무용교사 역으로 출연해 작품의 진솔함을 더했다. 손 감독은 시나리오 개발 중 어머니와 내용을 두고 여러 차례 말다툼을 했고, 완성된 영화를 본 어머니는 “생각보다 괜찮네”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