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도 전야 판옥선 밑창…AI로 되살아난 노꾼 상좌의 얼굴과 목소리
EBS ‘AI 드라마-부활수업’이 한산도 대첩 전야의 노꾼 상좌를 AI로 복원한다. 사료 고증과 전문가 자문을 거친 ‘능로군 상좌 편’은 오는 5일 밤 11시 EBS 1TV에서 방송된다.
EBS ‘AI 드라마-부활수업’이 한산도 대첩의 숨은 주역으로 꼽힌 판옥선 노꾼 상좌를 AI로 복원한다. 이번 ‘능로군 상좌 편’은 전라좌수영 흥양 2호선 소속 능로군이자 사노였던 상좌의 시선으로 한산도 대첩 전야를 따라간다.

1592년 8월 13일, 판옥선 밑창의 노꾼
1592년 8월 13일 밤은 한산도 대첩을 단 하루 앞둔 긴박한 시간이다. 판옥선 가장 낮은 곳에는 창문 하나 없이 어둠만 가득한 공간에서 노를 젓던 사람들이 있었다.
상좌는 뱃전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지해 여수, 보성, 순천 등지에서 모인 동료들과 함께 노를 밀어냈다. 다섯 명이 한 짝이 되어 움직이는 이 노동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동력이었지만, 노꾼들의 이름은 역사 속에 제대로 남지 않았다.
작품 속 상좌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높은 분들이 싸우는 것 같아도, 우리가 없으면 배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에게 전쟁터는 곧 죽음과 맞닿은 곳이었다.
판옥선이 침몰하면 밑창의 노꾼은 가장 먼저 수장될 위험이 컸다. 사천 해전에서 거북선이 적진으로 돌진하던 광경, 곁에서 노를 젓던 전우 막대가 적의 탄환에 목숨을 잃은 순간도 상좌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도 그는 도망치지 않고 다시 노를 쥐며 출정을 준비한다.
견내량 왜선 70척 소식에 다시 잡은 노
상좌가 자리를 지키는 바탕에는 이순신 장군을 향한 믿음이 있다. 노비 신분인 그에게 조총을 맞고도 지휘를 멈추지 않은 장군, 공을 세운 사람은 신분과 상관없이 인정해 준다는 소문은 희망처럼 전해졌다.
특히 전사한 병사들의 이름까지 일일이 기록해 공을 치하했다는 이야기는 상좌를 움직인다. 상좌는 ‘이번에는 내 이름도 남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고, 견내량에 왜선 70척이 집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밤 다시 전장으로 나아갈 결심을 굳힌다.
난중일기·선조실록으로 검증한 AI 복원
이번 작업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제작진은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임진장초』, 『선조실록』, 조경남의 『난중잡록』 등을 바탕으로 대사와 주요 장면을 재구성했다.
판옥선 내부 구조는 해군사관학교 송기중 교수의 자문을 거쳤고, 『수군조련도』 같은 자료를 참고해 당시 전투 환경을 설계했다. 제작진은 AI가 임의로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 작가가 쓰고 전문가가 검증한 서사를 AI 기술로 시청각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AI 드라마-부활수업’은 그동안 안중근, 소크라테스, 윤동주, 버지니아 울프, 반 고흐 등 역사적 인물을 AI 디지털 복원 기술로 재현해 왔다. 이번 편은 거대한 영웅이 아니라 한산도 대첩의 배를 실제로 움직였던 밑창의 노꾼에게 조명을 옮긴다.
제작진은 ‘한산도 대첩은 이순신 장군의 승리로 기억되지만 실제로 배를 움직인 것은 밑창에서 노를 저었던 노꾼들이었다’며 ‘이름조차 기록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얼굴과 목소리를 부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AI라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삶과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오는 5일 밤 11시 E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