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인가 소프트웨어인가" AI 캐릭터 틸리 노우드, 할리우드 주연 발탁에 영화계 논쟁
영국 스타트업 파티클6가 개발한 AI 캐릭터 틸리 노우드가 영화 '미스얼라인드'의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AI의 배우 인정 여부를 둘러싼 할리우드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AI 캐릭터 틸리 노우드, 영화 '미스얼라인드' 주연 발탁
영국 AI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 파티클6(Particle6)가 개발한 AI 캐릭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가 장편영화 '미스얼라인드(Misaligned)'의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영화 '미스얼라인드'는 현실 세계의 경험이 없는 틸리가 극 중 욕망, 야망, 수치심 같은 인간적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틸리의 주연 발탁 소식에 할리우드에서는 AI를 배우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에서는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로 규정하며 기존 애니메이션과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반면, 결과물의 완성도가 담보된다면 배우의 실체가 인간인지 AI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도 맞서고 있다.
배우 노조 SAG-AFTRA "연기는 인간의 경험이 바탕 된 예술"
배우 노조인 SAG-AFTRA는 이번 캐스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숀 애스틴 노조 회장과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 사무총장은 공동 성명을 통해 틸리는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가 만들어낸 합성물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연기라는 행위 자체가 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예술임을 강조하며 AI의 주연 등극에 반대했다.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배우 출신 저스틴 베이트먼 감독은 "인간 캐릭터는 반드시 인간 배우가 연기해야 한다"며 AI가 실제 감정을 경험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채프먼대학교 영화대학 스티븐 갤러웨이 학장은 AI를 배우로 보기는 어렵더라도 하나의 '퍼포먼스'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다.
제작진 "AI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만드는 과정"
실제 제작 공정은 인간의 개입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인간 배우와 창작진이 캐릭터의 성격, 감정, 말투 등을 먼저 설계하면 AI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기 버전을 생성하고, 최종적으로 감독과 제작진이 가장 적합한 장면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틸리를 만든 파티클6의 공동창업자 엘린 판 데르 펠던은 "창의성은 결국 사람이 어떤 연기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AI가 배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파티클6는 최근 취리히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의 AI 인재 스튜디오인 '시코이아(Xicoia)'의 출범을 발표했다. 제작진은 틸리 노우드가 인재 에이전시와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멜리사 바레라와 니콜라스 알렉산더 차베스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