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 한잔 하실래요?” 아비뇽 홀린 K-연극과 포장마차의 열기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국어가 초청 언어로 선정된 가운데, 구자하 작가의 연극 '하리보 김치'가 현지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한국 문화를 전달했다.
아비뇽 무대에 차려진 K-포장마차와 소맥
프랑스 남부 아비뇽 미스트랄 고등학교 체육관. 체감 온도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300여 명의 관객이 무대에 집중했다. 무대 위에는 한국의 포장마차가 차려졌다. 연출자이자 주연 배우인 구자하 작가(43)가 소주와 맥주를 1대1 비율로 섞은 ‘소맥’ 20여 잔을 들고 객석으로 뛰어 내려왔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 주요 작품인 ‘하리보 김치’는 유럽에서 활동하는 이방인의 삶을 포장마차라는 공간에 녹여냈다. 무대 위에서 직접 구운 김치전의 향이 객석까지 퍼졌고, 관객들은 김치전과 미역냉국을 맛보며 소맥을 마시는 등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구 작가는 이번 무대에서 포장마차 주인으로 변신해 김치전과 미역냉국을 직접 요리하며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냈다.
28년 만의 한국어 초청, "다시 28년을 기다리지 않겠다"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선정했다. 올해 공식 초청작 47편 중 9편이 한국 작품이다. 페스티벌 본부가 자리 잡은 생루이 회랑에는 한글 안내문이 걸렸고, 공연 시작 전에는 한국어 음성 안내가 나온다.
티아구 호드리게스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2022년 가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측과 교류하며 한국 동시대 공연예술 현장을 살핀 것이 초청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아비뇽 페스티벌이 28년 동안 한국 예술가를 초대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인식했다”며 “다시 28년을 기다리지 않겠다. 한국 예술가들과 더 짧은 주기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K팝, K드라마, 영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높아진 한국 문학에 비해 한국의 동시대 공연예술은 유럽 관객들에게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교황청 명예의 뜰에서 펼쳐지는 낭독극과 판소리
축제의 상징적 공간인 교황청 명예의 뜰에서는 낭독극 ‘새’가 무대에 오른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는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 그리고 원작자 한강이 직접 참여해 소설 일부를 낭독한다.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 ‘눈, 눈, 눈’도 소개된다.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주인과 하인’을 재해석한 이 작품은 한글의 말맛을 전한다. 이번 축제에는 제주 4·3을 다룬 작품들도 포함됐다. 호드리게스 감독은 올해 이후에도 아비뇽 페스티벌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한국 측 기관과의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 ‘새’가 소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