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웹툰·‘군체’ 게임, 한국 영화 IP의 새 확장법
파묘와 군체 사례로 본 한국 영화 IP의 웹툰·게임 확장 전략.

영화 ‘파묘’와 ‘군체’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흥행한 영화가 극장에서 끝나지 않고 웹툰, 그래픽 노블, 게임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 기사는 두 작품의 확장 사례를 통해 한국 영화 IP가 흥행 이후의 수익과 팬덤 접점을 어떻게 다시 설계하는지 분석한다.
초안의 핵심은 ‘세계관 확장’이었지만, 보정의 초점은 더 구체적이다. ‘파묘’는 이미 검증된 캐릭터의 과거를 웹툰 문법으로 옮기고, ‘군체’는 진행 중인 흥행을 후속 매체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두 사례의 차이를 보면 한국 영화 산업이 속편 제작만으로 IP를 관리하던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읽힌다.
웹툰으로 옮겨간 ‘파묘’의 계산
‘파묘’의 스핀오프 웹툰 ‘맹종’은 5월 30일 밤 10시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공식 자료에서 확인되는 중심축은 영화의 사건을 다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화림과 봉길의 고등학생 시절, 그리고 두 사람이 처음 인연을 맺는 과정이다. 제목 ‘맹종’도 무조건적인 따름이라는 뜻을 전면에 세워, 영화의 무속·오컬트 정서를 웹툰의 장기 연재 리듬으로 바꾼다.
이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캐릭터의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화림과 봉길은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러닝타임 안에서는 관계의 시작을 길게 설명할 수 없었다. 웹툰은 이 빈칸을 채우기에 알맞다.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얼굴과 이름을 출발점으로 삼되, 독자는 매주 새로운 사건을 따라가며 세계관을 다시 소비한다.
다만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부가 상품이 아니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독자 접점은 영화관보다 넓고, 세로 스크롤 호러는 점프 스케어보다 분위기와 컷 사이의 정지를 활용한다. 해무리 작가의 긴장감 있는 인물 관계 문법과 장재현 감독의 초반 기획 검수는 ‘원작의 인기 캐릭터를 빌린 외전’이 아니라, 영화의 정서를 다른 매체 규칙에 맞춰 재번역하려는 장치로 볼 수 있다.
‘군체’는 속편 대신 게임을 택했다
하지만 ‘군체’의 확장은 ‘파묘’와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군체’는 5월 21일 개봉 이후 6월 5일 오전 관련 박스오피스 보도 기준 누적 412만 명대를 기록했고,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다. ‘파묘’가 천만 흥행 이후 캐릭터 과거사를 꺼냈다면, ‘군체’는 흥행이 진행 중인 시점에 후속 세계관의 매체를 먼저 제시한 사례다.
연상호 감독이 밝힌 방향은 더 분명하다. 영화 후속편보다 그래픽 노블로 세계관의 밑그림을 먼저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스타일 게임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영화의 다음 편을 기다리게 하는 전략과 다르다. 관객을 플레이어로 바꾸고, 폐쇄된 빌딩과 집단 감염체라는 설정을 직접 조작 가능한 규칙으로 전환하려는 접근이다.
두 사례가 말하는 OSMU의 변화
두 작품의 차이를 나란히 놓으면 OSMU의 쓰임도 달라졌다는 점이 보인다. 과거의 OSMU가 흥행작의 이름값을 다른 상품에 얹는 방식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확장은 매체마다 남겨진 질문을 새로 배치하는 방식에 가깝다. ‘파묘’는 인물의 과거와 관계를, ‘군체’는 감염체의 규칙과 생존 게임성을 꺼낸다.
특히 ‘군체’는 연상호 감독의 좀비 필모그래피 안에서도 의미가 있다. ‘부산행’과 ‘반도’가 이동 공간과 붕괴된 세계를 통해 좀비 장르를 확장했다면, ‘군체’는 감염체가 하나의 의식을 공유하고 진화한다는 설정을 앞세운다. 공식 예고편 이미지에서도 여러 인물이 한 공간에 압축돼 있고, 제목 자체가 개별 괴물이 아니라 집단화된 존재를 가리킨다. 게임화에 적합한 지점도 여기서 나온다.
반대로 ‘맹종’은 영화의 공포를 액션 규칙으로 옮기기보다 감정선과 기원담을 확장한다. 웹툰 독자는 사건의 결말보다 인물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오래 따라갈 수 있다. 같은 영화 IP 확장이라도 ‘군체’가 규칙을 넓힌다면, ‘맹종’은 관계를 깊게 파는 쪽이다.
다음 체크포인트는 매체 전환의 완성도
이 흐름이 성공하려면 흥행 수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맹종’은 영화 팬이 알고 있는 화림·봉길의 매력을 웹툰 독자의 주간 몰입으로 바꿔야 하고, ‘군체’의 게임은 영화의 설정을 단순 홍보용 미니게임이 아니라 플레이 규칙으로 설득해야 한다. 세계관 확장은 이름을 공유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체크포인트는 명확하다. ‘맹종’은 초반 회차에서 화림과 봉길의 첫 인연을 얼마나 독립적인 이야기로 세우는지, ‘군체’는 그래픽 노블과 게임 발표 단계에서 감염체의 집단 지성을 어떤 조작 경험으로 바꾸는지가 관건이다. 두 작품의 성패는 한국 영화 IP가 극장 밖에서 실제 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